히라테 유리나 'I'm human': 내면의 절규, '왕따'와 인간 존재의 의미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만들어진 그룹 내 카톡 채팅방. 업무 외의 소소한 이야기, 회식 장소 투표, 주말 계획 같은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모두가 웃음 섞인 이모티콘을 주고받고,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유독 '나'만 제외된 새로운 채팅방이 따로 개설되고, 중요한 공지는 아무도 '나'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잠시 나눈 농담', '별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말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보이지 않는 '벽'이 되어 숨통을 조여 오는 고통이 됩니다.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낄낄거리며 뒤에서 자신을 비웃는 것을 목격했던 왕따 학생이, 성인이 되어서도 그런 '장난' 속에서 홀로 외톨이가 되는 경험은, 그 모든 순간들이 칼날이 되어 내면을 찢어 놓게 됩니다.
우리가 왕따라고 부르는 '집단 괴롭힘'은 영어권에선 불링(bullying)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일본어로는 ‘이지메(苛め, イジメ)’라고 부릅니다. 누군가의 '장난'이 누군가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되는 현실. 우리가 '왕따' 혹은 줄여서 '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사회적 현상은, 물리적인 폭력만큼이나 잔인하게 한 인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파괴합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살펴볼 히라테 유리나의 신곡 'I'm human'은 바로 이런, 외면받고 고립된 이들의 내면이 겪는 처절한 절규를 정직하게 드러내는 곡입니다. 과연 그녀는 어떤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을까요? 2일 전 공개된 뮤직비디오 영상 속으로 바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티스트 소개: 히라테 유리나 (Hirate Yurina) - 고독한 천재 센터, 내면의 고뇌를 노래하다
히라테 유리나(平手友梨奈)는 2001년 일본 출생의 배우이자 가수입니다. 그녀는 일본의 인기 아이돌 그룹 케야키자카46 (現 사쿠라자카 46)의 핵심 멤버이자 상징적인 존재였습니다. 2016년 데뷔 싱글부터 2019년 8번째 싱글까지 8 연속 센터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우며 그룹의 '파워 센터'이자 '얼굴'로 군림했습니다. 특유의 강렬한 카리스마와 섬세한 춤선으로 케야키자카 46의 독특한 세계관을 퍼포먼스로 완벽하게 표현해 냈죠. 악수회(팬미팅)에서 24부 완판을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압도적인 존재감 뒤에는 깊은 내면의 고뇌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룹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해 자신의 일보다 그룹의 성장을 우선시했으며, '자기 채점 점수를 100점 만점에 0점'이라고 매길 만큼 스스로에게 매우 엄격하고 자존감이 낮은 면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세상 물정에 어둡다'는 일화처럼 순수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습니다.
2020년 1월 23일, 히라테 유리나는 케야키자카46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졸업(卒業)'이 아닌 '탈퇴(脱退)'처리되어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로 인해 발매 예정이던 9번째 싱글은 결국 빛을 보지 못하고 그룹은 새로운 이름으로 개명되었습니다. 탈퇴 당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짤막한 심경을 밝혔으나, 언젠가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다고 여운을 남긴 그녀의 고백은 많은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I'm human'은 이처럼 대중의 기대와 강렬한 이미지 뒤에 감춰졌던 히라테 유리나 본인의 솔직한 내면의 고통,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처절한 다짐을 담은 곡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I'm human'에 담긴 내면의 절규: 왕따 피해자의 고통과 절망
'히라테 유리나'와 '오카지마 카나타'가 작사한 이 곡의 가사는 외부로부터 단절된 고통스러운 내면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 '존재감의 상실'과 '버림받음':
"僕がいなけりゃそれでいんでしょ" (내가 없으면 그걸로 됐잖아)라는 첫 가사는 자신의 존재가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혹은 자신이 사라져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 깊은 좌절감을 보여줍니다. 이는 왕따 피해자가 흔히 겪는 '존재의 부정'과 '외면당함'의 감정과 직결됩니다.
* '도움의 부재'와 '혼자 감당하는 고통':
"助けを求めても流されてただ溢れてく痛み止め" (도움을 청해도 흘러내릴 뿐 그저 넘쳐흐르는 진통제)라는 구절은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는 현실을 표현합니다. 고통은 넘쳐흐르지만, 이를 덜어줄 진정한 치유는 없다는 절망감이 묻어납니다. 이는 방관자들의 무관심 속에 고통받는 왕따 피해자의 현실을 연상시킵니다.
* '부당한 세상에 대한 질문'과 '자기 파괴':
"なぜこんなに酷い世界生きなきゃいけないのうんざりだ" (왜 이렇게 끔찍한 세상에 살아야 해? 지긋지긋해)라는 질문은 불합리하고 가혹한 현실에 대한 저항이자, 생존 자체에 대한 회의를 드러냅니다. "結局言われるのは自分でいつだって当たり前に壊れてる" (결국 내 탓이라는 말을 듣고, 언제나 당연하다는 듯 망가져 있어)라는 가사는 피해자가 '내가 문제'라는 자책에 시달리며 자존감이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망가져 있다'는 표현은 심리적 붕괴 상태를 암시합니다.
* '외면당하는 SOS'와 '회복의 어려움':
"なんで届かないんだろう見て見ぬ振りなんだよ不様なSOS" (왜 닿지 않을까? 못 본 척하는 거야, 볼품없는 SOS를)는 외면받는 절규를 직설적으로 표현합니다. 이 부분은 왕따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방관'과 '무시'를 지적합니다. 또한 "背負った荷物下ろして歩み始めてる道に救わないと叩かれそうな" (짊어진 짐을 내려놓고 걷기 시작한 길에서, 구해내지 못하면 얻어맞을 것 같아)라는 가사는 고통을 극복하고 나아가려 해도 쉽지 않은 현실, 그리고 과거의 그림자에 갇혀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의 어려움을 나타냅니다.
뮤직비디오 내용은 왕따 친구를 구하려다 왕따가 되버리는 히라테 유리나의 모습을 통해, 고립되고 고독한 내면의 풍경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처절한 감정적 고뇌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룹의 센터로 8연속을 지켰던 히라테 유리나가 이용만 당하고 탈퇴를 당한 이유도 짧은 영상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영화 '캐리'를 연상하게 했던 'イニミニマイニモ'의 난해한 뮤직비디오도 이제 이해가 되네요.
'왕따'에 대한 나의 생각
'왕따'는 단순히 청소년기에 겪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삶 전체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심각한 심리적, 사회적 폭력입니다. 저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 폭력의 본질: 왕따는 언어, 신체, 정서, 사이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폭력입니다. 신체적 폭력만큼이나 정서적, 심리적 폭력은 피해자의 자아를 파괴하고 사회적 관계 형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칩니다.
* 피해자의 고통: 'I'm human'의 가사가 보여주듯, 피해자는 극심한 고립감, 자존감 저하, 불안, 우울증, 불면증 등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를 겪습니다. 이는 학업 및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고, 장기적으로는 트라우마로 남아 성인이 된 이후의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나는 정말 가치 없는 존재인가?'라는 질문 속에서 깊은 자괴감과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 방관자의 책임: 왕따는 가해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못 본 척하는 볼품없는 SOS'라는 가사처럼, 방관자들의 침묵과 외면은 가해자에게는 암묵적인 허용으로, 피해자에게는 이중의 고통과 함께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작용합니다. 방관은 곧 암묵적인 공모입니다.
* 원인과 해결 노력: 왕따는 대개 힘의 불균형에서 시작됩니다. 다수 혹은 힘 있는 개인이 약자를 대상으로 행사하는 폭력이죠. 또한, 경쟁 지향적인 사회 분위기,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부족, 소수자 배척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왕따 문제는 피해자 한 명을 '개선'하거나 '적응'시키는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문제입니다.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교육, 피해자에 대한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보호와 심리 치료,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방관자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감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피해자가 '나약해서'가 아닌, '피해를 당했기 때문에' 고통받는 것임을 사회 전체가 인지해야 합니다.
'I'm human'이 던지는 메시지와 예술의 역할
'히라테 유리나'의 'I'm human'은 왕따 피해자, 혹은 사회적 단절로 인해 고통받는 많은 이들의 내면을 대변하는 강력한 목소리입니다. "그래도 '인간'이기에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어둡고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마지막 희망의 외침 일지도 모릅니다.
이곡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을 언어와 음악,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피해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사회 전체에 보이지 않는 고통의 현실을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합니다. '히라테 유리나'의 솔직한 고백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인간'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인간'인가요?
드라마 '더 글로리'의 문동은처럼, 온몸에 새겨진 뜨거운 인두 자국, 조롱과 비웃음으로 찢겨나간 영혼, 그리고 자신을 외면한 세상의 침묵 속에서 홀로 견뎌야 했던 시간. 그 시간 속에서, 과연 행복이 존재했을까요? 아니면, 행복이란 단어는 이미 산산조각 난 채, 평생 씻을 수 없는 잔혹한 현실이 되었을 뿐일까요?
히라테 유리나는 14살의 나이에 케야키자카46의 일원으로 아이돌 활동을 시작해서 소속사의 일방적인 혹독한 스케줄과 안무로 팔이 부러지고 허리가 꺾이며, 뇌진탕 실신까지 8잡 앨범 만에 모든 신체기능들이 만신창이가 되며 팀에서 탈퇴되었습니다. 그녀의 찬란한 10대의 시간들은 기성세대들의 돈벌이 도구로 혹사당하며 사라진 것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히라테 유리나'의 'I'm human'은 인간으로서 겪는 고통의 심연을 보여주면서도, 결국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역설적으로 일깨워줍니다. 누군가에게는 이 노래가 자신이 겪는 고통을 이해받는 위로가 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외면하고 있었던 SOS 신호를 인식하고 손을 내밀 용기를 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지금 바로 'I'm human'을 재생하고, '히라테 유리나'의 절규 속에 담긴 인간 존재의 진정한 의미와 사랑, 그리고 연대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PS,
끝으로 한 왕따소년의 이야기로 마무리할게요. 왕따를 극복하고 당당히 아티스트가 된 리빙스턴의 곡입니다. 이 친구의 노래는 모두 본인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곡이에요. 혹시 누군가에게 외면받고 홀로 동떨어진 듯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면 이 친구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와 용기를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히라테 유리나도 꼭 성공한 가수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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